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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분야는 제가 최고입니다
Name관리자| Date2016-05-31 15:03| Hit5,065

“부드러운 분야는 제가 최고입니다”

-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부연구단장 박혁규 UNIST 교수 -
 
포커스 인 인터뷰(Focus in Interview)
Q: 연성물질이란 무엇인가요?
A: 연성물질(soft materials)이란 말 그대로 부드러운 물질이죠. 물질을 이루는 결합에너지가 열에너지와 비슷해 외부 자극에 쉽게 반응합니다. 액정, 고분자 액체, 물, 콜로이드(직경1μm 미만의 미립자들이 액체‧기체에 분산된 상태), 생체 등을 아우르지요. 연성물질이란 용어는 1991년 액정과 고분자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프랑스의 피에르 질 드 젠(Pierre Gilles de Gennes)이 처음 사용했다고 합니다.

Q: ‘뉴욕타임스’에 대서특필된 적도 있습니다.
A: 부산대 조교수 시절인 2001년 ‘뉴욕타임스’에서 사이언스면의 거의 한 페이지에 걸쳐 ‘사일로(silo)에 감춰진 물리’라는 제목으로 우리의 연구성과를 소개했습니다. 미국에서는 곡식을 저장하는 대형 사일로가 갑자기 무너져 큰 피해를 일으켰는데, 우리 연구성과로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실험을 통해 쌀 같은 알갱이 형태의 입자들이 구멍 형태의 출구로 나올 때 유체처럼 연속적으로 흘러나오지 않고 띄엄띄엄 나오며, 내부의 압력 분포 또한 유체의 경우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밝혀냈지요. 이를 설명하는 간단한 이론을 제시해 ‘피지컬 리뷰 레터’에 발표했는데, 이 논문이 이런 현상을 최초로 설명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Q: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을 소개해주세요.
A: 고분자 물리화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스티브 그래닉 교수가 연구단장을 맡고 있는 연구단은 인원이 거의 80명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는데, 외국인이 절반 정도를 차지합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다양한 연성물질을 연구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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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부연구단장은 연성물리학 실험그룹을 이끌며 나노 크기의 엔진을 만드는 실험도 하고, 액체와 고체 사이 경계면의 연구에도 주력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이미 연성물질이란 용어가 사용됐고, 최근 미국, 일본, 유럽에서는 연성물질 분야를 활발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박혁규 UNIST 교수는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에서 부연구단장으로서 연구단의 연구주제와 행정에 대해 그래닉 단장과 의논하는 한편, 외국인 연구원들이 잘 적응하도록 돕고 있다. 또 연구단에서는 연성물리학 실험그룹을 이끌며 나노 크기의 엔진을 만드는 실험도 하고 액체와 고체 사이 경계면의 연구에도 주력하고 있다.

국내 연구로 뉴욕타임스에 대서특필되다

박 부연구단장은 알게 모르게 연성물질과 인연이 깊다.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큰 에너지의 소용돌이(eddy)가 단계적으로 작은 에너지의 소용돌이로 바뀌었다가 열에너지로 가는 과정의 난류를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고, 박사후연구원으로서 듀크대에서 카오스와 알갱이물리를, 캔자스주립대에서 액체박막을 연구했다. 연구 분야는 계속 바뀌었지만 연구 대상이 모두 액체 같은 물질, 즉 연성물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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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혁규 부연구단장은 실험물리학자로서 이론물리학에도 관심을 갖고 연구해 왔다.

특히 듀크대 시절에는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알갱이나 가루는 외부에서 가스나 바람을 불어넣어 날아다니게 한 뒤 입자 표면을 코팅해 성질을 바꿀 수 있는데, 중력보다 더 센 힘으로 흔들어 진동시켜서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입증하는 연구였다.

한국에 와서는 부산대 교수로 재직하며 광학적 기법으로 연성물질을 연구하고, 열역학 실험도 했다. 2001년 사일로의 막힘현상(jamming)에 대한 연구결과를 ‘피지컬 리뷰 레터’에 발표했는데, 이 내용은 ‘뉴욕타임스’에서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2013년에도 물방울 발전 기술을 개발해 언론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순수한 물로 이루어진 물방울의 모양을 변형시켜 전기를 발생시키는 현상을 최초로 발견하고, 이를 이론으로 설명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했다. 실험실에서 단지 1g의 증류수로 LED램프 6개를 쉽게 밝힐 수 있었는데, 현재 전 세계 많은 공학자들이 이 연구를 에너지 하베스팅 관점에서 뒤따르고 있다.

글로벌 융합 연구의 용광로에 불 지피다

그는 실험물리학자로서 이론물리학에도 관심을 갖고 연구해 왔다. 물질의 열역학적 성질을 규정하는 자유에너지의 경우 화학반응 같은 비평형과정 중에는 정의가 안 되는데, 물리량의 요동을 관측해 분석하면 자유에너지를 구할 수 있다는 이론을 실험으로 입증해 ‘피지컬 리뷰 레터’에 발표했다. 이론물리학자 일색인 한국물리학회의 열 및 통계물리 분과에서 실험물리학자로는 처음으로 위원장을 2년간 역임했다.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로 20년 가까이 재직하던 그는 2014년 8월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에 합류하면서 UNIST로 옮기게 됐다. 박 부연구단장은 “때마침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IBS 연구단에서의 제안한 기회는 큰 자극이 됐습니다. IBS도 좋은 연구환경을 제공하지만, UNIST는 기존 대학의 고정관념을 깨는 시스템과 열정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학제간 장벽을 낮추어 융합연구가 활발하고 40대 이하 젊은 교수진의 열정이 넘치며 영어만 사용하는 환경이 우수한 외국연구자를 유치하기 좋다고 한다. 이는 융합연구단인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바르토즈 지보브스키(Bartosz Grzybowski), 츠비 틀루스티(Tsvi Tlusty)처럼 여러 분야를 전공한 외국인이 그룹리더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 부연구단장이 직접 디자인한 휴게실에서는, 생물학, 물리학, 화학 등을 전공한 연구원들이 자신의 연구문제를 내놓고 다방면의 조언을 들으며 열띤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 박 부연구단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100nm 크기의 나노엔진을 만드는 실험을 하는 한편, 액체를 변형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을 이용해 액체와 고체의 계면에서 전하분포를 관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연구하고 있다. 나노엔진 실험은 물 속 미세한 크기의 콜로이드 입자를 레이저의 빛을 모아 아주 가늘게 쏘아 만든 ‘빛우물’에 가두는 데서 시작한다. 콜로이드 입자는 빛우물 안에서도 물분자와 충돌하고, 이를 통해 열에너지를 얻어 무질서한 운동(브라운 운동)을 계속 하지만, 빛우물의 에너지 장벽에 갇혀 빛우물 밖으로 나갈 수는 없다. 여기에서 빛우물이 콜로이드 입자에 외부에너지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실험장치 전체가 일정한 온도로 통제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있다. 결국 콜로이드 입자는 온전히 열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움직이는 나노크기의 엔진으로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콜로이드 입자의 위치를 측정하고 연구진이 원하는 위치에 다다랐을 때 레이저의 위치를 미세하게 움직이는 방법으로 콜로이드 입자가 방향성을 갖고 한쪽으로 움직이게 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맥스웰의 도깨비(Maxwell’s demon)'* 사고실험을 증명하는 실제 사례로, 향후 나노크기의 계에서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의 초석이 될 것이다.

* 맥스웰의 도깨비: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고립된 공간에서는 분자들의 무질서도(엔트로피)가 증가한다. 가령 사이에 문을 두고 붙어 있는, 온도가 서로 다른 A와 B방이 있다고 해보자. 만약 문을 열고 일정시간이 지날 경우, 뜨겁고 빠른 기체분자와 차갑고 느린 기체분자가 뒤섞임에 따라 두 방의 온도는 같게 된다. 그러나 만약 모든 분자의 움직임(즉, 브라운운동)을 모두 파악하고 제어할 수 있는 도깨비가 문을 지키고 있다고 가정하면, 빠른 기체분자는 A방에, 느린 기체분자는 B방에 선택적으로 넣을 수 있다. 즉, 일의 지출 없이(외부의 에너지를 가하지 않고) A방의 온도를 높이고 B방의 온도를 낮출 수 있다. 이는 열역학 제2법칙에 위배된다. 박 부연구단장 연구진의 연구에서는 빛우물의 위치를 조정하는 컴퓨터를 도깨비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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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부연구단장은 직접 디자인한 휴게실에서 연구원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박 부연구단장은 마지막으로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은 연성물질 연구분야에서 세계적 석학들로부터 인정받는 연구단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나노 크기의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요동을 잘 이해해 비평형계(외부 작용이 가해져 평형이 깨진 시스템)를 기술하는 열역학법칙을 이해하는 데 공헌하고, 액체와 고체 간의 계면에 대한 새로운 연구방법을 제안하고 싶어요.”라며 이번 인터뷰를 끝맺었다.

현재 박 부연구단장은 연구단이 UNIST에서 개최할 ‘IBS 국제 연성물질 여름학교’를 준비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미국 국가과학재단(NSF)에서도 지원할 만큼 의미 있는 행사로, 10여 명의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강사로 나서 10일간 70~80명의 젊은 연구자들과 열정적인 소통으로 연성물질 연구의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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