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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제간 연구로 일상에서 새로운 지식 발견한다
Name관리자| Date2016-05-31 17:03| Hit4,607

학제간 연구로 일상에서 새로운 지식 발견한다

스티브 그래닉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단장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은 울산을 가로지르는 태화강 북쪽에 위치한 UNIST에 자리하고 있다. 이 연구단의 단장은 고분자물리화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스티브 그래닉.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유능한 인재를 강조하는 융합의 대가를 만났다.

“운 좋게 선출됐다고 봅니다. 이번 일이 저와 같이 일하는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이것은 IBS에서 더 잘하라는 책임감을 부여한다고 생각합니다.”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스티브 그래닉 단장은 지난 4월 말 미국 국립과학원(NAS) 회원으로 선출된 뒤 많은 축하전화를 받았다며 이 같이 소감을 밝혔다. 그래닉 단장은 UNIST 특훈교수로 2012년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의 단장에 선정됐다. 연구단이 자리 잡은 UNIST 캠퍼스에서 그를 만나 연구단의 최근 성과와 미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위스콘신대 박사과정에서 당대 최고의 고분자물리화학자 존 페리와 함께 연구했고 박사후과정에 피에르질 드젠(199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과 공동 연구했으며, 30년간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를 역임했다. 특이하게도 미국물리학회 고분자물리 분야의 최고상과 미국화학회 콜로이드와 표면화학 분야의 최고상을 동시에 받았다. 그는 고분자물리화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융합 강조하는 물리화학자

학제간 연구로 일상에서 새로운 지식 발견한다에 대한 이미지1
그래닉 단장은 “물리학과 화학 2개 분야에서 상을 받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학제간 연구를 하다 보니 구분 짓기보다 오픈 마인드를 갖고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학부 때 사회학을 전공하다 이해하기 힘들어 개념 정리가 쉬운 화학 쪽으로 전공을 바꿨고, 교수 생활을 시작하면서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하기 시작했는데, 한 분야에만 집중하다 보면 그 주제에 대해서만 깊게 들어가고 그렇게 하다 보면 흥미로울 수 있는 다른 분야의 문제들에 대해서 고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IBS에서 맡은 연구단도 그의 이런 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연구단의 연구 분야는 특정 분야가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과 관련돼 있는 다양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연성물질은 일상생활의 물리에 대한 것, 복잡하지만 일생생활에 깔려 있는 단순함을 발견하는 것과 관련된다.
그래닉 단장은 “흥미로운 주제가 있으면 다 연구할 것”이라며 “처음에는 단순히 무생물인 연성물단장질(고분자, 물 등)만 생각했다가, 21세기 흐름에 맞춰 생물도 연구대상에 포함시켰는데, 이를 통해 자연과학과 생명과학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주스는 부유물이 떠 있는 용액인데, 어떻게 하면 주스의 용질과 용매가 잘 섞일 수 있는지를 연구하려면 고분자, 콜로이드와 관련된 과학을 관련시켜야 한다. 그는 “일상생활과 관련된 방대한 분야에서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것이 연구단의 목표”라며 “이런 현상을 이해하게 되면, 그 결과가 기술적으로도 연결돼 세상의 기술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평소에 그래닉 단장은 학문 간의 경계를 허무는 융합을 강조한다. 그가 이끄는 첨단연성물질 연연성물구단도 IBS 연구단 중에서 융합연구 분야로 분류돼 있다.
학제간 연구를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먼저 “어떤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존 연구 분야의 경우 이미 많은 지식이 알려져 있고 누군가는 하게 될 것이지만, 남들이 하지 않은 연구를 한다면, 그 연구결과를 통해 많은 변화를 만들 수 있으므로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즉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세상을 발전시킬 수 있으니까 학제간 연구를 한다는 뜻이다.
연구단에서 융합 연구를 하기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재 채용이다. 경험이 많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유능한 과학자들을 연구위원이나 그룹리더로 채용한다면, 그들은 각양각색의 아이디어를 갖고 있을 것이므로 서로 논쟁도 하고 의사소통을 하며 연구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게 되고 흥미로운 해결책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그래닉 단장의 생각이다.

그래닉 단장은 “창의적인 연구가 IBS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창의적인 연구를 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best recipe)은 연구원들에게 하라고 지시하기보다 유능한 인재를 찾아서 그들이 원하는 연구를 하게끔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나라가 단기적인 것을 추구하는 데에 비해 한국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에 투자하는 것은 현명하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장기적인 투자가 창의적 연구를 하기에 좋다는 뜻이다.

NAS는 세계 최고의 권위와 영예를 자랑하는 학술단체이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해 DNA 구조를 발견한 왓슨과 크릭 등 전 세계 대부분의 노벨상 수상자가 NAS의 회원이다. 이 때문에 NAS의 회원으로 선출되는 것은 학문적 성과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를 인정받는 것과 다름없다. 과학자로서 최고 영예 중 하나라 꼽힌다.
NAS 신규 회원의 경우 기존 회원의 추천을 받은 과학자에 대해 연구 업적을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연차총회에서 투표로 선출한다. 회원이 되면 NAS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의 논문 심사자격을 부여받으며 동시에 논문 투고 시 간략한 심사과정만 거쳐 논문을 실을 수 있다.

세포 내 분자가 지능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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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있는 세포 내 엔도솜의 이동경로. 
엔도솜이란 화물이 분자 모터에 이끌려 미세소관을 따라 운반된다(a).
미세소관이 여러 방향으로 확장하고 교차하는데, 여러 모터가 팀을 이루어 
수송 방향을 바꿀 수 있다(b). 
달리기(run), 회전(turn), 비행(flight)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동 경로(c). 
ⓒ Kejia Chen et al./ Nature Materials


연구단은 최근 세포 내 물질 이동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능이 없는 분자 단위의 물질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마치 지능이 있는 것처럼 효율적으로 목적지를 탐색하고 전달하는 패턴, 즉 ‘레비 워크(Levy walk)’라는 이동 패턴을 발견했다. 이 연구내용은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 3월 30일자에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세포가 물질을 어떻게 대상 목적지까지 이동시킬 수 있는지를 탐구해 왔다. 이 문제는 마치 우편배달부가 물건을 목적지까지 어떻게 배달하는지를 아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전에는 배달차량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중요하게 연구했지만, 필요한 목적지까지 어떻게 도달하는지에 대한 로드맵을 이해하는 연구는 많지 않았다. 연구단은 세포 내 물질이 정교하게 최종 목적지까지 운반되는 원리에 관심을 가졌다.
레비 워크는 프랑스의 수학자 폴 레비의 이름에서 따온 용어다. 꿀벌, 해파리, 상어, 인간 등의 동물이 한 지역에서 불규칙하고 빈번하게 방향을 전환하며 움직이다가, 때때로 먼 거리를 이동해 먹이를 찾는다. 이런 방식으로 보여주는 무작위적인 행동 패턴이나 현상을 레비 워크라고 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레비 워크 패턴은 동물의 지능이 전제돼 있었던 데 비해, 이번 연구에서는 지능연구이나 특별한 기억이 없는 분자 물질의 이동에서 이런 패턴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단은 세포 내 물질을 운반하는 분자 모터(molecular motors)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분자 모터는 세포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동작(세포 분열, 세포 내 수송, 세포 운동 등)을 조절하는 단백질을 총칭하는데, 세포 내부에 도로망처럼 뻗어 있는 미세소관(microtubules)을 따라 이온, 당, 아미노산 등의 물질을 특정 장소로 운반한다. 미세소관은 속이 빈 원통 모양을 한 단백질 섬유의 일종으로 세포 골격을 일정하게 유지시키고 세포 이동에 관여한다.
연구단의 연구진이 살아 있는 세포 내의 엔도솜이란 ‘화물’이 분자 모터에 이끌려 움직이는 양상을 관찰한 결과, 목적지로 물질을 전달하기 위해 분자 모터가 무작위로 주위를 자세히 살피다가 때때로 먼 거리를 이동하는 패턴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와 같은 레비 워크 패턴은 이동 방향에 대한 경향성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즉 가까운 곳을 이동하고 탐색할 때는 자주 방향을 바꾸는 반면, 먼 거리에 도달해야 할 목표가 있을 때는 그 방향을 향해 이동을 지속하고자 하는 경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래닉 단장은 “분자 모터가 세포의 가솔린(에너지)인 ATP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양상을 관찰하는 것이 흥미로웠다”며 “원하는 곳을 찾아가는 데는 천천히 움직이는 브라운 운동보다 여러 군데를 빠르게 뒤지는 레비 워크가 더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커피에 우유를 따르는 상황을 예로 들어, 매우 조심스럽게 따를 때 우유가 천천히 퍼지는 상황이 브라운 운동이고, 우유를 저어 주면 빨리 섞이는 상황이 레비 워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레비워크는 인체가 세포 내 물질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메커니즘인 셈이다.
이번 연구성과는 미국 에너지부(DOE)의 지원을 받아 IBS 연구단과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진이 공동으로 이루어낸 성과다. 그래닉 단장은 “일리노이대의 보 왕(Bo Wang)이란 우수한 대학원생(지금은 스탠퍼드대 교수가 됐다)을 연구진으로 참여시키기 위해 그 학생의 관심 분야였던 세포 연구를 처음 시작했고, 이런 우연한 계기가 결과적으로 좋은 논문으로 이어졌다”며 “이 논문은 통계학 전공자가 수학적 분석 모델링에 참여해 학제간 연구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한국 과학계에 신선한 자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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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연구원들이 포진하고 있다.
그래닉 단장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유능한 인재가 연구단에 참여하길 바란다.


연구단은 다양한 배경의 과학자들이 속속 합류해 학제간 연구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닉 단장은 “프랑스 파리의 유명 연구소 출신 암블라흐(Amblard) 교수,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틀루스티(Tlusty) 교수, 미국 노스웨스턴대 출신 그쥐보프스키(Grzybowski) 교수, UNIST 조윤경 교수가 새로 연구단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 중 암블라흐 교수는 수학, 생물학, 물리학을 전공했고, 그뷔보프스키 교수는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또 조 교수는 10년간 삼성종합기술원에서 DNA칩을 연구개발한 경력을 가진 나노의학 분야의 전문가다.
그래닉 단장은 “이렇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유능한 인재가 연구단에 참여해 연구단의 연구 방향을 함께 결정할 것”이라며 “내가 아니라 우리가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물론 앞으로 생물학적으로 영감을 얻은 연구(biologically inspiring research)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눈에서 물이 윤활유로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는 식의, 단순해 보이지만 우리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일상생활 저변에 깔려 있는 흥미로운 주제로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단은 기존 상용 장비보다 우수한 첨단 장치를 구축할 계획이다. 그래닉 단장은 “우리가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처럼 뛰어난 과학자가 될 수는 없지만, 그들이 활용할 수 없었던 우수한 연구장비들이 우리에게 있으니, 이런 장비들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우수한 연구를 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레비 워크와 관련된 연구를 하면서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관찰하기 위해 여러 시설을 활용했다”며 “세포가 잘 먹으면서도 형광물질을 붙일 수 있는 분자가 중요했는데, 2년의 노력 끝에 그 분자를 찾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래닉 단장은 “IBS의 야심 찬 도전정신, UNIST의 헌신적인 지원, 연구자들의 창의성과 열정, 훌륭한 시설, 외국인 연구자를 환대하는 분위기 등이 좋다”며 “해외 공동연구의 경우 미국, 유럽뿐 아니라 중국, 일본과의 공동연구도 활성화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프랑스 등에서도 교수 생활을 한 적이 있다.
그는 “몇 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것보다 연구를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이런 연구가 후학을 통해 계속 이어지는 것이 더 큰 성과”라면서 “IBS 연구단의 가장 중요한 결과물은 다른 과학자들에게 문제 제기를 해 그들의 연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IBS 연구단을 통해 한국 과학계에 연구와 관련된 신선한 자극을 주고 싶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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